강화도 적석사 터, 사라진 절터 위에 쌓인 마음의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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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도에도 흐릿하게 남은 공간

강화도 동쪽의 숲길 끝자락,
산중턱의 작은 평지 위에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에서 멀어진 폐허가 하나 있다.
이곳은 적석사 터,
절의 이름만 남아 있는 강화도의 잊힌 사찰 유적지다.

통일신라 혹은 고려시대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현장에는 절터를 암시하는 주춧돌과 석등 일부만이
조용히 남아 있으며,
별도의 안내판이나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

강화도 내 주요 해변에서 산길을 따라
도보 또는 차량으로 10~15분 정도 이동하면 도달할 수 있다.

등산 장비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흙길이 이어지므로 가벼운 산책화가 적당하다.

강화도 적석사 터, 사라진 절터 위에 쌓인 마음의 층

 

2. 사라졌기에 더 많이 남은 감정

 

절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는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비움 속에서
나는 시간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구조를 느꼈다.
돌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손길을 담고 있었고,
잡초와 그늘 아래엔
기도와 희망, 체념과 사랑 같은 감정이
잔잔히 내려앉아 있었다.

이곳은 단지 폐허가 아니라
감정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사실을
나는 이 절터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다.

 

3. 자연과 폐허, 그리고 내 마음

 

적석사 터를 걷는 동안
특별한 목적도, 목적지도 없었다.
다만 그 공간의 고요함이
내 마음속 감정들을 천천히 정리해주었다.

무너진 건물도,
찢긴 기록도 없었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사람이 사라지고도,
공간이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조용한 절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4. 사라진 것들이 남긴 의미

 

적석사 터는
단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다’는 것으로 다시 남았다.
사라져도,
그 감정은 흔적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곳에서 나는 천천히 배웠다.

돌과 흙, 바람과 잔디,
모든 것들이 감정의 층이 되어 쌓여 있었고,
나는 그 위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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