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차탈회윅 유적, 선사시대 폐허 위의 삶의 흔적

반응형

1.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오래된 시간 속으로 들어갈 준비

터키의 넓은 평원 한가운데,
유럽과 아시아의 문명이 만나는 아나톨리아 고원
아주 오래전 사람들의 흔적이 고요히 남아 있다.
그 이름은 차탈회윅(Çatalhöyük).
처음 이 유적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내가 놀란 것은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사람의 존재감이 가득한, 조용하고도 진한 흔적이었다.

지금까지 인류가 남긴 주거지 중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로 알려진 이곳은
9,000년 전의 삶이 그대로 발굴된 채 보존되어 있다.
지붕 위로 드나들던 생활,
벽면을 장식했던 회화,
매장 풍습과 일상 도구들까지.
그 모든 것이 지금 이곳에 ‘폐허’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내게는 신비로움보다 어쩐지 가슴 찌릿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터키 차탈회윅 유적, 선사시대 폐허 위의 삶의 흔적

 

2. 무너진 집터에 서면, 그들의 삶이 눈앞에 펼쳐질까

나는 아직 이곳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적지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기록을 읽으며
내가 가장 자주 떠올린 장면은,
한 줄로 이어진 좁고 단단한 흙 벽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른들이 음식을 나누며,
벽에 손으로 무언가를 그리던 그런 평범한 일상이었다.

차탈회윅의 유적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다.
그곳은 누군가의 삶이 축적된 장소이며,
인류가 ‘공동체’라는 형태로 살기 시작한 초기의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이 폐허를 바라볼 때,
단지 오래된 돌이나 진흙으로 보이지 않고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감정들이 남은 장소처럼 느껴진다.

현대의 빌딩보다 낮고 작지만
그 벽면에 배어 있는 감정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진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차탈회윅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마음을 준비한다

 

차탈회윅은 터키 코냐(Konya) 남동쪽 약 50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터키에서 오래된 역사 도시 중 하나인 코냐까지는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에서 열차, 항공 또는 버스로 접근 가능하며,
코냐에서 차량을 이용하면 약 1시간 내외로 유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차탈회윅은 보호된 박물관 형태로 일부 개방되어 있으며,
방문객은 유리 덮개 아래로
발굴된 거주 공간을 실제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인근에는 방문자 센터가 마련되어 있어
고대인의 생활 도구, 모형 주거지 등을 통해
그 시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정보들을 정리하며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지보다
무엇을 느끼게 될지에 대한 상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유적을 걸을 때
내 안의 어떤 감정이 먼저 반응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4. 폐허가 아닌, 삶이 남은 자리에 서고 싶다

 

차탈회윅이 특별한 이유는
폐허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감정의 흔적 때문이다.
9,000년 전의 인간은 지금보다 더 단순한 도구와 환경 속에 살았지만,
사랑, 두려움, 공동체, 상실 같은 감정은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흔적을 마주할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과 정서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벽에 남긴 그림과
화덕 주변에 모여 앉았던 자리에서
내가 잊고 있던 감정의 뿌리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차탈회윅은 사라진 도시가 아니라
감정이 멈추지 않은 도시다.
나는 곧 그곳에 닿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삶이란 무엇이었는가’를
말이 아닌 공간과 감정으로 느껴보고 싶다.

반응형